밥상에 봄 선물, 이 맛을 즐기려 일 년을 기다렸다

큰사진보기 ▲ 가죽나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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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기쁜 일 가운데 한 가지는봄나물을먹는 일이다. 추운 겨울 땅속에 움츠리고 있던 나물이 때가 되면 어김없이올라와우리 밥상에 봄을선물한다.

봄나물중에 내가 제일좋아하는나물은머위와가죽나물이다. 머위는 땅에서 나오지만 가죽나물은 가죽나무의 순이다. 가죽나무가 귀해서 그런지 시장에서 만나기 어려운 나물이다. 어쩌다 노상에서 할머니들이한두 번씩팔 때가 있는데 그것도 시기가 있어 며칠이면 자취를 감춘다.

예전에는시골동네에 가죽나무가 쉽게 눈에 뜨였는데 지금은 시골에도 가죽나무가 흔하지 않다. 그런 만큼 가죽나물 만나기가 어렵다. 나는해마다가죽나물이 언제나오나기다린다.
큰사진보기 ▲ 마트에서 사온 가죽나물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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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개업한식자재마트에 무엇이 있을까 구경 삼아 들렸다.예전 마트와는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물건이 많고 세일도 많이 하고 있었다.

나물 판매대에 가죽나물이 있어 반가웠다. 양도 작은데 9800원이란가격표가 붙어있다. 이건 아닌데, 아무리 물가가 비싸기로 비싸도 너무 비쌌다. 섭섭하지만그냥 집으로돌아오고말았다.두 팩이나사도 삶으면 나물한 접시될 텐데, 그렇게까지 사 먹고 싶지는 않았다.

다음 날오후 다시 볼일이 있어 마트에들렸다.그런데 거짓말처럼가죽나물 값이 2900원이라니. 내 눈을 의심하고다시 보아도그가격이맞다. 어제 가격표 위에 덧씌워 가격표를 붙여 놓았다. 그 정도면 사 먹을만하지하는 마음으로두 팩을사가지고와서 단단한 줄기는 자르고 씻어 냄비에 소금한 줌넣고 물을 끓였다.

추억의 음식
큰사진보기 ▲ 연한 잎만 다듬어 놓은 가죽나물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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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에나물을 데친다. 붉은빛이 나던 가죽나물은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 순간푸른색으로색이 변한다. 삼분 정도 삶은 다음 찬물에헹구어물기를 꼭짠 후된장, 고추장, 매실청, 마늘, 들기름, 통깨를 넣고 손으로 무치면 가죽나물은 특유의 향을 내며 맛있어진다.

이 맛을 즐기려일 년을기다렸다. 어떤 분들은 이런 독특한 향 때문에 가죽나물을싫어하는사람도 있다. 그러나 가죽나물을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못 잊어 꼭 가죽나물을 먹고 나서야 봄을 보낸다.

가죽 나물은 김치로도 담가 먹고 또장아찌로도담그고 또는 살짝 뜨거운 물에 데쳐 햇빛에 건조시켜 부침개를 해 먹으면 상상을 초월한 특별한 맛이다. 또는 마른 가죽나물을 쌀가루을 묻혀 튀기면 그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큰사진보기 ▲ 가죽나물 무침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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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각기 좋아하는 자기만의 추억 음식이있다.나도 그렇다. 예전 큰집에 가면 할머니는 평소에 잘 드시지 않던 음식도 손녀가 왔다고 해 주셨다.

그래서 그런지 가죽나물을 먹을 때면할머니가 그립고늘곁에 계시던엄마도 그립고 그 옛날 할머니가 사셨던 시골집도그립다.지금은 만날 수없는사람들,갈수도없는 그곳은그리움의대상이다.그래서 가죽나물을 보면 그리움에 마음이 아려 오는지도 모르겠다.

봄나물이나올 때 내 그리움은 날개를 달고 옛날로 돌아간다. 그리움을 쌓아가는일도 우리네 삶의 한조각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