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펠로시 접견 ‘오락가락’…안 하나 못 하나

윤 대통령, 펠로시 접견 ‘오락가락’…안 하나 못 하나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안 만나는 건지, 못 만나는 건지 의문이 쏠리고 있다. 국가정상과 최고위급 인사가 만나는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 입장은 오락가락이다.

휴가를 이유로 펠로시 의장 접견을 안 한다는 대통령실 입장은 윤 대통령이 연극관람 후 뒤풀이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설득력을잃었다. 보수언론은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 점에 '걱정'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펠로시 의장 접견 여부보다 이 같은 혼선이 외교 역량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지적이 나온다.

대만 방문을 마친 펠로시 의장은 3일 밤 한국에 도착, 4일 공동경비구역(JSA) 방문과 김진표 국회의장 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윤 대통령과의 만남은 없다. 김 의장과의 회담에서 펠로시 의장은 한미 동맹,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기술 동맹 등의 의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서 중국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낸 만큼, 방한 일정에서도 중국 견제 목소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3일 윤 대통령 펠로시 의장 접견에 관한 입장을 뒤집기를 반복했다. 당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여름휴가에 돌입했기 때문에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 핵심 관계자와 외교소식통을 취재원으로 적시한 국민일보 보도를 통해 대통령실이 접견 일정을 막판 조율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에 "애초 대통령이 휴가 중 지방일정을 계획해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는데 지방일정이 취소된 상황에서 다시 예방을 조율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만남은 조율한 적이 없고, 이뤄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접견을 조율했다는 입장은 내부 의사소통 혼선 때문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4일 대통령실은 다시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이 전화통화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3일 윤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씨와 함께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했다는 사실이 더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극 뒤풀이까지 참석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유승민 전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연극 보고 뒤풀이까지 하면서 미 의회의 대표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라며 "휴가 중이라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 워싱턴 권력에서는 사실상 2인자인 중요한 인물이 한국을 방문하는데 서울에 있는 대통령이 만나지도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이런저런 논란이 있지만 대통령이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휴가 중이라도 국익을 위해 미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펠로시 안 만나는 尹, 美·中에 잘못된 신호 주는 건 아닌지>에서 "미 의전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한국을 제외한 나라들에선 정상들을 만났다"며 "윤 대통령이 서울에 있는데도 '사전 양해를 구했다'며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중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중략)미국과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썼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대만 문제 등 외교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안 만나는 게 결과적으로 낫다"면서도 문제는 '왔다갔다'하는 대통령실의 입장이라고 짚었다.

3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김성회 씽크와이 소장은 김교수에게 대통령실 입장 번복을 거론하며 "마지막에는 혹시 미 하원의장 쪽에서 '그렇게 만난다 안 만난다 하면 안 만나겠다' 이랬던 건지, 아렇게 메시지가 혼선돼서 나오는 이유가 뭔가"라며 "보통 이런 외교적 메시지는 사전에 정리돼 한 번 나오면 끝이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교수는 "그렇다"며 "안 만날 수 있는거다. 그런데 그게 왔다갔다하는 게 문제점"이라고 답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미 하원 의장이 다른 나라에서 정상을 만나고 방한했는데 대통령실은 어제 하루 만에 '휴가 중이라 안 만난다'에서 '다시 만남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가 '최종적으로 만남이 없다'고 연이어 입장을 번복했다"며 "외교관계에서 있을 수 없는 아마추어들의 창피한 국정운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펠로시 의장 방한 당시 공항에 마중나간 한국 측 인사가 없어 외교 결례 논란이 일고 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는 3일 자신의 트위터에 펠로시 의장이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는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에 한국 정부나 국회 관계자는 없었다. 4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은 한국 측 의전 관계자가 아무도 안 나온 것에 매우 불쾌해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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